2026. 8. 28. 21:40ㆍ크래프톤 정글

크래프톤 정글에 지원하게 된 계기
2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업무는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졌지만 계속 뭔가를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 마음이 무엇을 향한 것인지 몰라 답답했다. 퇴사 후 1년은 쉬었다. 성취를 떠나 내 삶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방전됐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자 다시 개발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졌다. 백엔드 개발로 시작해 AI 개발로 방향을 틀기도 하고, 이곳저곳에서 일해보기도 했다. 계속 뭔가를 공부하고 시도했지만, 정작 손에 남는 게 없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이 컴퓨터에서 저 컴퓨터로 데이터가 어떻게 이동하는가"라는 사소한 궁금증이 생겼다. 며칠간 파고들며 공부해봤는데 나중에 보니 그 내용이 학부 시절 시험 때문에 억지로 외웠던 네트워크 개론 수업과 거의 똑같았다. 같은 사람이 같은 내용을 공부한 것인데 무엇이 달랐을까 생각해보니 자발성이었다. 궁금해서 시작한 공부였기 때문에 억지로 한 공부와는 과정이 달랐던 것이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은 나는 공부나 일 자체를 싫어한다기 보다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움직인다는 것이다. 취업이나 시험 같은 외적인 압박으로 억지로 하는 공부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나를 계속 소진시켰고, 반대로 궁금해서 시작한 공부는 힘들어도 오히려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발견은 내 오래된 습관 하나를 다시 보게했다. 나는 늘 질문이 많은 편이었다. 예전에는 궁금한게 많아서 자꾸 다른 길로 새다보니 진도가 늦어지고 뒤쳐져서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AI에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질문 많은 성향이 오히려 주도적인 학습에 있어 장점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발견 이후로 컴퓨터공학이라는 학문을 조금 더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졌고, 여러 교육과정을 살펴보던 중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자기주도적 성장"을 내세운 크래프톤 정글을 발견했다. 자기주도적으로 몰입하는 경험이 내가 찾던 방향이라는 생각에 지원하게 되었다.
면접에서 마주한 부끄러움
정글 면접에서 개인적인 질문은 짧게 끝났고, 이후 사전 과제나 손코딩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면접관님이 내가 제출한 과제 코드에 대해 "왜 이렇게 짰는지" 묻는, 너무나 예측가능하고 단순한 질문에조차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후 배열을 순회하는 기본적인 알고리즘 문제를 손코딩으로 풀어야 했는데, 순간 당황해서 코드를 완성하지 못했다.
면접이 끝나고 너무 부끄러웠다. 지난 1년간 나름 이것저것 공부를 한다고 해왔는데, 어떻게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조차 답하지 못하고 당황하기만 했을까 고민해보니 나는 그동안 원리를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공부만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어의 특성, 프레임워크의 동작 원리, 아키텍처의 개념 같은 것들은 계속 공부했지만, 정작 손으로 코드를 짜고 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연습은 계속 미뤄왔다. 타이핑은 AI가 대신할 수 있으니, 나는 그 위의 원리만 이해하면 된다는 은연중의 자만심이 있었다는 것도 그제야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의 시간이 무의미하다는 자기 평가는 가혹한 것 같았다. 나는 이제 겨우 여러 시도 끝에 학습의 주도성을 찾게 되었고, 그 방향을 향해 실제로 걸어온 시간은 길지 않았다. 면접 후 부끄러움을 발판 삼되, 나는 이제 막 시작점에 선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정글에 입소했다.
정글에서 바라는 것과 실행 계획
내가 정글의 과정에서 얻고 싶은 것은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는 몰입해서 뭔가를 이해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고, 그걸 동료와 나누는 순간들을 누리는 것이다. 5개월 뒤에 무엇이 남든 오늘 몰입했던 시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이 내가 정글에 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5개월이라는 몰입의 시간을 통해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쌓아나가고 싶다. 내가 쓴 코드의 의도와 동작 원리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그 원인을 짚어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잘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를 위해 알고리즘, 컴퓨터구조, 운영체제, 네트워크 같은 CS의 기본기를 다지고, 실제로 동작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동료들과 계속 부딪히며 공부하고 협업하려 한다.
다만 이 역량이 진짜 내 것이 되려면 눈으로 읽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공부한 내용들을 복사 붙여넣기해서 블로그에 아무리 포스팅해서 남겨놔도, 정작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다. 그러니 정글에서 손으로 써서 정리해보고, 코드는 직접 타이핑하고, 팀원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며 공부해볼 것이다. 나중에 볼 예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보다 내가 정말 이 지식을 꺼내어 쓸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인출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이후에는 그간 쌓은 역량이 실제로 쓰일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국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따라서 공부한 것들을 꺼내서 사용하고 프로젝트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려 한다. 다만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의미가 있으니 매주 WIL를 꾸준히 작성하고 싶다. 이번 주의 결과물, 문제와 해결과정, 그리고 느낀 점을 간략히 적어보며 한 주를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5개월 뒤 완벽한 개발자가 되어 있을 순 없겠지만!
정글의 과정을 충분히 만끽하고, 바라는 것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